마리 / 쿠로코의 농구 / 마유즈미 치히로×한마리×니지무라 슈조
- 동갑, 친구 AU
[ 덥다‥ 치히로 뭐해‥? 놀러가도 괜찮을까? _(┐「ε:)_ ] - 마리
[ 뭐하냐? 오늘 너네 집에서 놀아도 돼? ] - 니지무라
… …이건 필시 오겠다는 뜻이다.
마리는 몰라도, 니지무라 저 녀석은 확실하다.
.
.
.
흐물흐물 녹아버릴 것 같은 날씨다. 마리는 마유즈미의 집으로 향하며 그렇게 생각했다. 이번 여름은 귀로, 눈으로, 피부로 모든 감각기관이 덥다고 소리를 내지르게 만드는 폭염이었다. 마리는 더위에 약한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햇빛에는 약하지만 그것과는 별개.) 이번 달에만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거나 더워서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는 일이 자주 있었다. 그래서 에어컨이 있는 학교에서 폐문 시간까지 남아 공부를 한다든지 도서관이나 공공기관을 옮겨 다니며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물론 자취방에 에어컨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고장이 났을 뿐. 하필이면 마리가 구매한 제조사의 AS센터가 저와 같은 상황으로 일이 밀리고 밀려있어 제때 처리가 안 된 것이 화근이었다. 또한 에어컨이 고장 났을 때만 해도 그리 덥지 않아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 오만이었다.
제 친구들인 마유즈미나 니지무라에게 부탁하면 어떻게든 될 것이다. 마유즈미는 기계를 만지작거리는 것이 취미이고(물론 컴퓨터를 더 좋아하는 것 같지만) 니지무라는 아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둘 다 저를 끔찍이도 아껴주니 말만 하면 해결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다만. 고장이 난 바로 그 때 말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지금 말하면 분명 걱정 섞인 잔소리가 섞일 게 분명했다. 마리는 그게 좀 무서웠다. 성격이 개과인 두 친구의 잔소리가. 아니, 정말 둘 다 극성인 걸‥ 상상만 해도 폭포처럼 귀로 쏟아지려는 목소리에 마리가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더워… 덥다…
걸어가며 같은 말만 반복하던 마리 앞에 배X킨라X스가 보였다. 음 ‥사갈까? 눈에 들어오니 먹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일단 잠깐이라도 이 땡볕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마리를 종종 걸음 하게 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머리 위로 스친다. 으아. 살 것 같다… 주문하시겠습니까? 아. 네! 이것저것 맛을 고르고 주문하는 마리의 얼굴에 아이스 꽃이 피었다.
여담이지만 마리가 가게에 들어선 순간 찡그린 표정이 환한 표정으로 바뀌어 알바생이 주문을 받기 전 살짝 고개를 돌려 웃은 것을, 마리는 모를 것이다.
띵동.
왔어? 벨을 누른 지 1초 정도 밖에 된 것 같지 않은데도 마유즈미는 현관문을 열어 마리를 반겼다. 현관까지 불어오는 에어컨 바람에 마리는 다시금 행복을 느꼈다. 찬바람이 새어나갈라(더운 바람이 들어온다고 하는 게 맞겠지만) 문을 꽉 닫고는 마유즈미에게 사온 아이스크림을 건넸다. 오는 길에 보여서 사왔어. 이런 거 안 사와도 된다니까… 그렇지만 놀러올 땐 예의잖아. 먹고 싶기도 했고. 뭐야, 뭔데? 굵직한 목소리와 함께 마유즈미의 뒤로 인영 하나가 빼꼼, 고개를 드밀었다.
“어. 슈조, 와 있었어?”
“당근이지.”
“‥당근은 무슨.”
마유즈미의 식은 눈빛이 니지무라에게로 향했다. 마치 3분 카레를 데우고 밥을 퍼왔더니 그 사이에 식어버린 카레마냥, 마리에게는 따뜻했으나 니지무라에겐 한없이 미적지근한 눈빛이었다. 마리처럼 예의도 안 챙겨온 게 무슨 당근이냐. 뭐야, 아까는 이런 거 안 사와도 된다며? ‥그건 마리 한정이고. 차별이냐! 니지무라의 정곡 찌름에 마유즈미가 시선을 돌렸다. 하늘이 맑네. 야, 여기 실내거든?! 마리는 아웅다웅 하는 둘의 등을 떠밀어 거실로 데려가며 말했다. 너네 되게 개과 동물 같아. 순간 둘 사이에 정적이 일었다. 눈빛 교환 후 일제히 마리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우리 개 같다고? 응. 축약하자면 그럴지도.
너무 하잖냐.
가끔씩 너무하다니까.
니지무라와 마유즈미의 목소리가 픽, 하고 금세 풀이 죽었다. 그런 둘을 마리가 다시금 쳐다보자 개의 귀가 겹쳐 보이는 것 같아 환각을 보나 싶어 눈을 비볐다. 앗. 더 선명히 보인다. 마리는 둘의 뒤에서 조용히 웃음 지었다. 아무리 봐도. 둘 다. 개, 맞는데‥?
마리가 사온 아이스크림은 티비를 보거나 게임을 하면서 먹기보다는 먼저 먹고 놀자는 의견 하에 세 명이 원형 소반에 사이좋게 둘러앉았다. 용기 안에 꽉꽉 눌려 담긴 아이스크림은 망고 맛, 요거트 맛, 치즈케이크 맛… 전부 마리의 취향 따라 담긴 것들이었다. 다행히도 마유즈미나 니지무라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범주였다. 덥고 당분이 부족하기는 했었던 지 잘 먹는 둘을 보며 마리는 흐뭇했다. 내 마음에 드는(ex. 패키지, 성분) 간식을 사서 애완견에게 줘봤는데 잘 먹는 느낌이 이런 느낌인가보다. 세명 다 어차피 클래스메이트지만.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며 냠냠, 해치워 나갔다.
“아, 맞다.”
우물거리며 화제를 꺼낸 마리에게 둘의 시선이 향했다. 왜? 뭔데? 마유즈미와 니지무라가 각자의 말로 턴을 돌린다. 이쯤에서 마리는 깨달아버렸다. 제 말이 끝난 후 몰아칠 쓰나미를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화제를 꺼낸 이상 말을 해버려야 속이 시원해지는 타입이었다. 될대로 되라. 캐세라세라… 최대한 둘의 눈을 자연스럽게 응시하려 애쓰며 조용히 능청을 떨었다. 그게, 나 자취방 에어컨 고장 나서 너무 더워… 으으. 사실 한 달 전쯤에 고장 났었어. 근데 서비스센터는 AS 엄청 밀렸다고 해서. 그래서 요즘 슈조랑 치히로네 자주 놀러간 거 있지‥ 마리가 말을 하는 동안 둘의 표정에는 기승전결의 기-결이 엿보였다.
‘아~ 잔소리 홈런입니다!‘ 하는 소리가 마리의 머릿속에 울렸다. 제가 던진 직구에 마유즈미, 니지무라 두 명의 타자가 경쾌한 홈런을 치는 소리. 곧 이어 들리는 잔소리.
“한 마리! 내가 그런 일 있으면 말하랬잖아!”
“마리, 너 진짜 자꾸 그렇게 숨길 거냐? 햇빛에도 약한 애가. 응?”
“‥어…”
눈치를 보다 제일 좋아하는 맛인 망고와 요거트를 한 스푼 같이 떠 입에 문 마리는 둘을 피해 잽싸게 거실로 도망쳤다. 미안해요. 얘들아. 오늘도 이렇게 바람 잘 날 없는 세 친구의 한낮이 익어가고 있었다.
‥아.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