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 / 하이큐 /마츠카와 잇세이×류현×마츠카와 잇세이TS
사실 저 자신도 놀라운 상황이었다. 태연하게 팝콘을 뜯을 수 있구나. 저 자신의 놀라움에 대한 것도 잠시, 답지 않게 커지는 목소리에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 이렇게 다혈질은 아니었는데. 제가 생각하는 마츠카와에 대한 감상을 짧게 내뱉으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마츠카와 잇세이가 두 명. 그것도 한 명은 제가 알고 있는 마츠카와 군이 아니라 마츠카와 양이 되어있는 상태였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 고개를 기울여 그들에게 말을 하고 싶었는데, 커지는 목소리에 내 목소리는 자연스럽게 묻혀버리고 말았다.
“어이가 없네, 왜 얘가 네 거야?”
“내 거를 내 거라고 하지 뭐라고 해?”
“난 내 거야.”
단호하게 떨어진 말에 저를 향해 시선을 돌려오는 그들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금방 떨어진 한숨을 바닥을 기어 다니고 있었다. 어째서 이렇게 상황이 되어버린 거였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인간은 수용 범위를 넘어선 것을 굳이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던데, 이런 상황인가. 두 사람은 분명 각각 의심할 여지도 없는 마츠카와 잇세이 본인이었다. 그런 사람이 둘. 그리고 각각 내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사람도 둘. 애초에 사람을 소유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소재 아닌가?
한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은 여전히 성별만 변한 것일 뿐인 서로를 조용히 노려보고 있었다. 눈빛으로 상처가 난다면, 두 사람은 이미 엉망진창일 것이 틀림이 없었다. 뭐가 그렇게 억울한 건지, 뭐가 그렇게 하고 싶은 건지.
“어찌 됐든.”
두 손을 마주쳤다. 박수 소리가 체육관을 꽉 메웠다가 흩어졌다. 말을 끊어버린 후에 돌아오는 것은 어쩐지 억울하다는 시선이었다. 뭐, 왜, 뭐. 비슷하게 눈을 흘기며 그들을 바라봤다. 볼을 부풀리는 그녀와, 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 묘한 풍경이었다. 어찌 됐든 저에게 호감을 표하는 사람이 둘이나 됐다는 사실은 그닥 달갑지 않은 사실이었다.
“왜 둘로, 그것도 한 명은 성별이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돌아갈 방법을 찾아보자.”
“그걸 알았으면 진작에 했겠지.”
“아이고야.”
터져 나오는 한숨과 같이 아파오는 머리에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두 사람은 아무래도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무엇보다 본인들의 일인데, 왜 이렇게 여유로운 모양새인 건지.
“어디 아파?”
허리를 숙여 시선을 맞춰오는 얼굴에 깜짝 놀라 몸을 뒤로 물렸다. 우와, 가까이서 보니까 더 미묘한 기분. 계속 봐왔던 그 얼굴이지만 어쩐지 색다른 그 얼굴. 와중에, 나보다 더 예쁜 것 같은 얼굴이었다. 날카로움과 같이 숨어있는 어쩐지 긴 속눈썹이라던가, 그런 것들 말이다. 아, 예쁘네. 저도 모르게 입술 새를 비집고 튀어나온 말은 그런 것이었다.
“아, 아니. 안 아파. 아냐.”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말에 제 입을 틀어막으면서 뒤로 급하게 물러났다. 아, 허나 그렇게 입을 틀어막아도 능글맞은 그 얼굴을 보아하니 제대로 들어버린 모양이었다. 슬쩍 올라간 입꼬리라던가. 뭐, 그런 것들 말이다. 도망치자, 도망. 뒤로 물러서 봐도 그만큼 따라붙는 발걸음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애초에 다리 길이가 다르잖아!
슬금슬금 다가오는 그녀가 어쩐지 웃는 꼴이 얄미웠다. 아, 이렇게 웃는 모습이라니. 어쩐지 골려지고 있는 것 같았다. 마츠카와, 그러니까 내가 아는 마츠카와는 그녀보다 뒤에 서서 얼굴 표정을 구기고 있었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불만이 참 많아 보이네. 그러나 그것은 분명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있잖아, 현. 우리는 연인 사이 맞지?”
“으음, 정확히 말하면 저 뒤에 있는 사람과 연인이지.”
“어쨌든 나잖아?”
논리가 어쩐지 좀 이상한데. 물론 그는 마츠카와 잇세이가 맞기는 하지만 말이다. 어라, 그렇게 되면 내 연인은 두 사람이 되어버리는 건가. 동공이 떨려오는 것 같았다. 다가오지 마, 다가오지 마. 어쩐지 불길한 기운에 표정을 잔뜩 굳혔다.
“그만 해.”
어느새 제 앞을 가득 메우고 있는 손바닥에 숨을 들이 삼켰다. 어, 익숙한 손이다. 눈을 두어 번 깜빡였다. 제 얼굴을 가린 손의 주인은 한숨을 푹 내쉬면서 제 앞으로 다가오는 그 사람의 얼굴을 바라봤다. 아, 그래, 익숙한 이 얼굴이지.
“이야, 방해는.”
“누가 하고 있는데, 내가 얘한테 애정표현 하겠다는데.”
“그게 무리라는 거지.”
내 거라니까. 낮게 그르렁거리는 듯이 내뱉었다. 단어 하나하나에 힘을 주어 말을 하는 그 모습이 꽤 낯설었던 것 같다. 아, 신경전. 신경전, 신경전. 분위기가 날이 서있었다. 달갑지 않은 그 분위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 언제쯤 이 사단이 가라앉을까. 시야를 가리고 있는 그의 손을 치워내고 나니 보이는 것은 마치 전기가 통하는 것과도 같은 두 사람의 신경전이었다.
기 빨려. 눈을 흘겼다. 분위기 자체가 가라앉아서 따가웠다. 어쩌면 좋니, 이 두 사람. 제 어깨를 감싸는 그 팔, 그런 그를 노려보는 그 시선. 그와 그녀는, 아마 끝나지 않는 신경전을 벌일 예정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