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뒤에서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소녀가 뒤를 돌았다. 뒤를 돌아보면 함께 흩날리는 머리카락이 퍽 예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목소리의 주인은 달려오던 걸음을 조금씩 늦췄다. 마주한 시선에 시간이 금방이라도 멎어버릴 것 같은 감각이었다. 이건? 이것은? 소년이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머릿속을 정리하지 못해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소녀가 그것을 보고 가볍게 웃음을 흘리더니 소년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왜 그래, 맛키?”

 

고개를 기울이며 저를 올려다보는 눈빛에 소년이 입을 다물었다. 당장이라도 얼굴이 붉어져 귀 끝까지 달아오를 것만 같아서. 소년은 숨을 크게 들이 삼켰다. 어쩐지 오늘의 소녀는 평소와 달라보였다. 평소와 비슷하면서도, 평소와 다른 사랑스러운 모습. 소년이 입가를 손바닥으로 틀어막은 채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머리, 풀었네?”

? , 아직 머리가 덜 말라서. 그것보다 왜 불렀어?”

그게, 역 앞에 새로운 디저트 가게가.”

 

소녀는 아직 살짝 물기를 머금고 있는 제 머리를 손끝으로 쓸었다. 소녀는 항상 머리를 단정하게 묶고 있었는데, 소년은 평소의 소녀의 모습을 떠올렸다. 한 쪽으로 땋아 내린 단정한 머리칼. 예쁜 웃음, 저를 부르는 다정한 목소리. , 소녀. 소년은 아까보다 더더욱 홧홧 달아오르는 뺨을 느끼면서 소녀에게 원래 하려던 말을 전했다. 요는 요 앞에 새로운 가게가 생기는데, 같이 가는 건 어떠냐는 제안이었다. 물론, 그것이 소년의 예상대로 이뤄졌다면 말이다.

 

어디 가는데?”

 

소년과 소녀가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는데 있어서 불청객이 나타났다. 소년은 잠시 표정을 굳혔다가 이내 풀며 소녀의 뒤편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타난 얼굴이 살짝 굳어있는 걸로 봐서는, 그 소년도 저를 방해물로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불편하기 그지없는 상황이었다. 지금이라도 당장 그녀를 그에게서 떼어내고 싶었다. 소년은 한참을 그를 바라보다가 애써 웃는 얼굴을 만들어냈다.

 

같이 갈래, ?”

 

그의 존재를 무시한 채로 소년은 소녀에게 제안했다. 씰룩이는 그의 얼굴이 소년의 시야에 흐릿하게 들어왔다. 소년은 당돌했다. 어쩌면 그보다 훨씬. 소년의 제안에 소녀가 시선을 내렸다. 그럴까? 소녀의 대답은 생각보다 산뜻하게, 가볍게 떨어졌다. 괜찮아? 소년의 물음이 재차 소녀에게 물었다. 소녀는 어깨를 으쓱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 새로운 디저트라니, 완전 환영인 걸!”

같이 가.”

 

소년과 소녀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목소리는 분명 들렸던 목소리였다. 소녀의 머리칼을 쓸어 넘기는 손길은 익숙했다. 그것은 분명 소년, 그가 보라고 하는 행동이 틀림없었다. 치사하네, 마츠카와. 소년이 저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내뱉었다. 분명한 경고였고, 분명한 자만이었다. 소년보다 그 자신이 더 소녀에게 가깝다고 표현하고 있는 것이었다. 무척이나 치사하고 얄미운 행동이었다.

 

같이 가.”

 

그가 다시 한 번 말을 반복했다. 부정할 여지를 주지 않았다. 그는 치밀했고, 그녀가 그것을 거절할 리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그렇게 한 것이다. 소녀는 소년의 예상대로 해사하게 웃었다. 그럴래? 단 건 별로 안 좋아하면서, 별일이네. 소녀의 말이 덧붙여졌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시선은 오롯이 소년에게 향해 있었다. 소녀의 뒤에 붙어서, 보이지 않게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소년은 침을 삼켰다. 입이 바싹 말라가는 것 같았다.

 

묘하게 질척한 집착이었다. 그래봤자 사귀는 사이도 아니면서. 소년은 비릿하게 웃음을 흘렸다. 그래봤자. 그 말은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 못했다. 그러나 분명하게 그를 향해서 전해졌다. 소년은 웃음이 그렇게 전했다. 그도 소년과 비슷한 웃음을 지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는 그저 고개를 기울였다. 날카롭게 달아오른 분위기가 주변의 공기가 차가웠다. 두 사람은 여전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소녀의 어깨에 어느샌가 손을 올려놓은 그가 있었다. 그런 그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소년이 있었다.

 

뭔진 모르겠지만 날 사이에 두고 이러지 말아줄래?”

 

그리고 어쩐지 불쾌한 듯이 표정을 구기고 있는 소녀 또한, 그곳에 있었다.

 

 

 

 

 

 

 

 

 

 

 

blog image

Written by 류아키☆륭키

드림 양날개 합작 페이지 입니다. 드림이 거북하신 분들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